

혹, 여러분은 길을 자주 잃는 편인가요?
칸자키 사몬의 졸업 문집은 이렇게 시작했다. 살면서 종종 길을 잃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내용의 당찬 포부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심지어 초등학생이 쓴 글치고는 제법 짜임새가 있어서 선생님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를 아는 동급생들은 그것을 보고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가끔은 좀 포기도 하고 그래라. 무작정 앞으로만 가지 마!
칸자키 사몬은 툭하면 길을 잃는 방향치였다. 심지어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책 없이 움직이는 최악의 방향치였다. 그가 사는 동네에서는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하면 그를 애타게 찾는 부모님의 목소리가 풍물이 될 정도였다. 이동 수업이 있는 날에도 같은 반 친구들이 잠시 눈을 뗀 사이에 어디론가 뛰쳐나가 그대로 수업을 듣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선생님들이 나중에 사몬에게 수업에 빠진 이유를 다그쳐 묻기도 했지만, 길을 잃었다는 황당무계한 대답은 그저 어린아이의 말도 안 되는 변명 거리로 치부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몬의 성적은 평균보다 조금 높은 편이었고,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여 제법 영리한 축에 속했다. 그런 사몬이 고작 몇 발짝 떨어진 이동 교실을 찾지 못해서 수업을 듣지 못했다니!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 자연스럽기는 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칸자키 사몬은 변명과 거짓말을 모르는 아주 착한 아이였다.
어려서부터 길을 자주, 많이, 잃어버린다는 것만 빼고는 훌륭한 성장을 이룬 사몬은 어느덧 중학교 입학식을 앞두고 있었다. 사몬이 다니게 될 중학교는 한때는 야구부가 유명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저 그런 공립 중학교였다. 집안 형편도, 성적도 나쁘지 않은 사몬이 그 학교에 진학하겠다고 했을 때, 말리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정작 그의 부모님은 아들을 다른 학교에 보낸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 공립 중학교는 사몬의 집에서 도보로 고작 1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다. 사몬의 부모님이 걱정하는 것은 오로지 단 한 가지였다. 길을 잃지 않고, 사몬이 새로운 학교에 도착하는 것.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