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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리
여름을 앞둔 공기 사이로는 촉촉한 빗물 냄새가 난다. 아직 흙을 머금지 않은
빗줄기들이 공중을 부양하고 있는듯한 냄새가. 그 감촉을 유영하고 있으면
어느새 해가 내리쬐는 한 여름이 되고 만다. 숨이 막힐 정도로 햇빛이
일렁거리는 한 여름이.
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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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도 들어가지 못한 메시지 칸 속 작은 바 하나가 깜박였다. 벌써
30분째였다. 점심시간종이 울리고 난 뒤의 텅빈 교실 안에서 홀로 핸드폰화면을
바라보며 메세지를 고민하고있는지가. 여러가지 생각이 뒤섞여 머릿속은
혼잡했지만 정작 손은 온점하나 쓰지 못한 상태였다.
밖에선 벌써 점심을 다 먹고 마구잡이로 소리를 지르며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평소라면 저들 중 하나로 끼여 공이나 쫓고 있을 지 몰랐지만
여름이 오고 나서 부터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겉으론 더위를 먹었다는 듯이
굴었으나 실은 점심시간 만이라도 고요함 속에 묻혀있고 싶었다.
..
조용한 교실 안과 대비되는 운동장의 목소리는 내가 딛고 있는 곳 과는 다른
세계를 향해있는 듯했다.
- 이번 주 주말에는 내려가지마.
3교시 쉬는 시간 복도에서 마주친 이사쿠의 손목을 붙잡은 채 튀어나온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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